No.1020 2015-09-01~2015-09-08

당신이 아시아영화를 알기 위해 꼭 봐야 할 영화들

부산국제영화제 20주년을 맞아 선정한 ‘아시아영화 100선’


선정위원 8인의 ‘베스트10’ 목록 (기사링크)

100편을 뽑기 위해 리스트를 모았어도 내 마음에 담긴 영화는 모두 다르다. ‘아시아영화 100’의 첫걸음인 만큼 이번에는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각 선정위원의 자율적인 선택을 믿고 맡겼다. 어떤 이는 잊혀진 걸작의 발굴에 초점을 맞췄고 누군가는 자신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다. 그들 각자의 영화적 자양분이 된 리스트를 공개한다. 길은 다양할수록 즐겁다. 누구의 영화 취향이 자신과 닮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정성일 평론가

(10편의 영화(연대순))

<거리의 천사> 위앤무

<지온의 자매> 미조구치 겐지

<작은 마을의 봄> 페이무

<만춘> 오즈 야스지로

<부운> 나루세 미키오

<뮤직룸> 샤트야지트 레이

<산중전기> 호금전

<인시앙> 리노 브로카

<남국재견> 허우샤오시엔

<열대병>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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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의 두 꼽추 The two revengeful hunchbacks

글:정성일(영화평론가) / 2015-08-31 (기사링크)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다. 아마 제목을 보고 먼저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원한의 두 꼽추>는 무협영화이다. 그렇게 부르기는 했지만 그 시절 충무로에서는 일부러 (해서는 안 될 유치한 짓을 하고 있다는 자괴감으로) ‘칼쌈’ 영화라고 부르거나 칼 소리가 부딪친다고 해서 의성어를 빌려 ‘짠짠바라’라고도 불렀다. 물론 이 표현은 일본영화에서 시대활극이나 임협물(任俠物)의 ‘殺陳’ 활극 시퀀스를 부르는 짠바라(チャンバラ)에서 온 말이다. 임권택의 영화에서 무협영화는 1967년 <풍운의 검객>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났고 그런 다음 <잡초> ‘이후’ 그의 목록에서 완전히 사라진 장르이다. 종종 무기력한 방향상실. 나는 지금 <뇌검> <월하의 검> <비검> <요검>, 그리고 <삼국대협>을 떠올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이 제목들을 연도별로 순서대로 썼다. 이 영화들이 기괴해 보이는 것은 시행착오를 통해 자기의 세계를 확장시켜나간 임권택의 영화 중에서 유일하게 점점 나빠져 갔다는 것이다. 임권택은 이 영화들에 거의 공감하지 못했다. 그가 아무 거리낌 없이 그 시절 연달아 서울에서 개봉한 호금전의 <용문의 결투>와 장철의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獨臂刀)>를 흥미진진하게 보았다고 대답하긴 했지만 영화적으로 아무런 공명을 하지 못했음이 틀림없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임권택은 이 실패들을 이미 준비된 결과처럼 받아들였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직업감독으로 그저 제안을 받으면 찍어야 했던 그런 시절이 내게 있었던” 영화들이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임권택은 이 영화들을 만들면서 반대로 직업감독으로서 자신의 위치에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내가 사라져 가는 과정에 놓인 증명은 아닐까. 몰락해가는 영화산업. 참혹한 이중검열. 한국영화에서 1970년 혹은 1971년은 설명하기 까다로운 시간이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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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아시아문화전당』개관 페스티벌 중 차이밍량 감독의 <떠돌이개 in 광주> 프로그램이 9/5(토) 저녁10시부터 9/6(일) 오전10시까지 진행됩니다. 저녁12시부터는 차이밍량 +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정성일 컨템포러리 토크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현재 해당 프로그램은 매진되었습니다)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개관페스티벌프로그램 안내 링크 ]

친구 집에서 밤새워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던 기억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음직하다. 차이밍량 감독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재방문하며 방문객들에게 ‘야숙 극장’을 제안한다. 2013년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인 <떠돌이 개>(2013)는 인간 광고판으로 일하는 한 아버지의 고독을 차이밍량 특유의 느림과 응시의 미학으로 담고 있다. 영화의 테이크 장면들은 도시의 공유된 기억 속으로 야숙객들을 안내한다. 이는 영화가 관객을 만나는 방식에 대한 차이밍량 감독의 대안적 제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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